곡우 앞뒤로 내린 씨앗비가 그치면 잠시 맑은 날들을 보내는가 싶지만 이내 황사바람이 불어와 눈과 숨을 어렵게 합니다. 어릴 때 없던 그 낯선 풍경은 몇번을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하늘 맑은 청명조차도 흐릿하게 보낸 게 서운한데 내내 저 뿌연 대기를 바라봐야 하다니... 우리 봄이 어쩌다 이래 되었나 싶어 마음이 불편하건만,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한 꽃과 나무들, 겨우내 봄을 기다려온 동물들은 어떨까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그러다 가끔 눈이 부시고 맑고 화창한 아침을 맞이하면 그 서운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말끔히 씻어지고 순진한 아이가 되어 "와와 좋아라" 그 말만 연신 하면서 투명한 봄볕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시냇물 소리는 얼마나 또랑거리는지 그 소릴 듣고 있으면 쏘로우의 월든 호수가 부럽지가 않아요.
이제 겨우 봄인가 하는데 입하라니 한달 반씩이나 앞서가는 절기 흐름에 또 다시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점심시간께 연필 거꾸로 세우고 햇님의 그림자를 살펴보면 햇님은 일찌감치 머리 꼭대기에 거의 올라가 있습니다. 입하에 저만치 올랐으니 하지에 얼마나 오를지...
잎하때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녹색들이 온 산에 칠해 집니다. 아주 여린 연두에서 겨우내 묵혀두었던 짙은 녹색에 이르기까지 정말 없는 녹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자연의 솜씨에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녹색을 좀 더 잘 느껴보려고 밝은 노랑과 짙은 노랑. 그리고 밝은 파랑과 짙은 파랑. 이 네가지 색을 가지고 온갖 종류의 녹색들을 다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정작 녹색은 쓰지 않고 노랑과 파랑만으로 나타내보면서 훨씬 더 풍부한 녹색이 나오는 것을 맛봅니다. 햇님의 빛깔인 노랑과 땅의 빛깔인 파랑이 만나면서 식물과 생명 기운의 빛깔이 돋아나는 것을 보게되면 다들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름들기 전에는 조막손 같은 나무 잎들이 단 일주일 동안에 어른 손보다 크게 펼치고 그 푸르름을 뽐내는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진다. 서리도 더는 안 내린다.
- 입하가 시작되면 나뭇잎들이 화알짝 피어난다.
- 들에는 이팝나무 꽃이 피고 산에는 뻐꾸기 울어 옌다.
- 산과 들에 쑥이 가장 많이 돋아나 쑥국과 쑥버무리, 애탕국을 해먹는다. 쑥을 말려 뜸을 한다.
봄 당근과 여름무, 아주까리 파종, 감자 북주기, 이른 옷수수 웃거름을 주기 등을 한다.
- 얄궃은 높새바람이 불어와 농작물을 망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