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이 가까이 오자 들녘의 논에는 물이 들어섭니다. 물이 차서 땅을 적시자 씨레질로 갈아엎고 모심기가 시작됩니다. 소에 멍에를 씌어 써레질하는 희귀한 풍경을 본다면 정말 축복일 것입니다. 그 고생을 하는 농부님을 생각하면 미안한 말씀이지만... 혹시 보더라도 사진기를 꺼내기가 힘들어 집니다.. 농촌 일손이 부족해서 마을사람들이 두레를 이루어 모내던 일들은 이제 멀리 사라졌습니다. 이양기 소리만 한 동안 들녘을 덮고 나면 그 너른 무논들이 다 푸르게 덮입니다 .
햇님은 우리의 늦잠을 기다리지 못하고 쑥쑥 북쪽으로 쑥쑥 하늘 높이 오릅니다. 일찍 눈을 떠도 해는 더 일찍 떠서 일찍 일어난 건지 만지를 모를 정도입니다. 아침 힘껏 걷기 길에서 돌아오는 대로 텃밭으로 들어가 물주고 김매고 고랑을 손봅니다. 이 시절의 텃밭 주인은 일찌감치부터 명아주지요. 그 어마어마한 위세 그저 입만 벌어집니다. 차라리 명아주 농사를 짓는게 나을 듯합니다. 하기야 밭에 싹을 돋은 죄로 몹쓸 놈들이 되었지만 알고 보면 제 몫의 생명을 가꾸고 있는 존재죠, 그런 생각이 들면 명아주 긴 뿌리를 뽑는 손이 움찔해지기는 하지만 아아 어쩌랴, 우리는 이미 남남인 것을
봄날은 유난히 새들의 소리로 가득합니다. 아침 텃밭에서 명아주 김을 매노라면 산에서 들에서 새 우는 소리가 노래처럼 들립니다. '뻐뻐뻐꾹' 우는 검은등 뻐꾸기, '솥-적-다'고 우는 기특한 소쩍새, '휘이이이 뾰로릭' 우는 휘파람 새, '찌삣찌삣 찌르르' 예쁘게 우는 산솔새, '빼쭁빼쭁 삐리리'우는 종달새... 이들은 도대체 무엇에 행복해서 저리도 즐거이 우지짓는 걸까요. 가진 것도 없이 그저 그날을 살면서도 행복한 저들은 정말이지 소만의 주인공들이 아닐까요. 작은 것들로 가득한 이 절기에 우리들도 덩달아 행복해지겠지요.
- 만물이 점점 자라 가득 찬다.
- 산과 들은 나날이 푸르러가고 감자꽃이 핀다. 감자 순을 지르고, 토마토 곁순을 지른다. 메주콩.서리태 파종이 시작된다. 비오는날 고구마 심고, 참깨. 쥐눈이콩 씨를 심는다.
-모내기가 시작된다. 모내기가 시작되면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냉이는 말라죽고 보리가 익는다. 이때가 바로 그 보릿고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