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분명 지났건만 아직 산들은 여전히 잠든 듯 보입니다. 어딘가 살포시 겨울을 숨겨 놓은 듯이 아직은 고요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버텨도 햇님 올라가는 길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햇님 오를수록 세상은 더 많은 빛으로 가득 차고, 빛이 차는 만큼 땅은 자신이 품었던 씨앗들에게 세상으로 나가보라고 재촉을 하는 지 그 성화를 못 이겨 씨앗들이 저마다 싹을 내어놓기 시작합니다. 들녘에 푸른 기운이 가득 퍼지고 옆눈으로 힐끗힐끗 보면 몰래 몰래 뻗어 나오는 새싹 모습을 살짝 볼 수가 있어요.
역시 곡우 때에도 어김없이 비가 옵니다. 그러면 제 아무리 꽁꽁 언 땅이라도 봄비의 설득에 녹아 내립니다. 땅이 풀리면 밭을 정리하기 참 좋습니다. 작년의 흔적들을 걷어낼 떄가 된 것이죠. 밭을 정리하면서 흘리는 땀은 마음을 더욱 새롭게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몸도 마음이 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곡우라지만 비가 왔을 뿐 산은 아직 어두운 옷을 벗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지은 녹음의 옷을 잔뜩 입고서 그렇게도 슈세를 부리던 일을 지난 겨울 내내 쓸쓸히 돌아보았건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지 어둔 빛을 걷지 않고 있기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봄의 소리한 여기저기에서 빨리 들렸습니다. 곡우를 앞두고 얼마간 긴 동사숙 기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가 진달래를 필두로 개나리, 현호색, 할미꽃 등이 줄줄이 고개를 드는 시기입니다.
- 곡식에 필요한 단비가 내린다.
- 못자리를 하고, 정갈한 몸가짐으로 볍씨를 담근다.
- 고구마 싹 틔우기, 시금치, 배추. 열무. 상추. 쑥갓. 들깨, 갓. 근대, 아욱 등 봄채소를 파종하고
대파. 부추, 호박, 고추, 조 등을 파종한다. 무, 토란. 땅콩. 도라지. 당근 파종 및 오이. 늙은 호박. 가지. 단호박. 참외. 작두콩. 토마토 직파. 봄보리 갈기. 겨울 보리 김매기. 감자심기. 마늘 웃거름 주기를 하는 때이다.
- 곡우 해물이 맛있다. 증편. 개피떡. 화전 등을 해먹을 수 있는 때이다. ( 올해는 조금 꽃들이 일찍펴서 화전은 이미 다 하셨을 수도 있겠어요~^^)